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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삶의 香氣

돌솥밥과 숭늉

by 해오라비 이랑 2005. 7. 28.

어제 운악산 등산 갔다 길거리에서 산 돌솥에 오늘 점심밥을 손수하였다.

누룽지가 맛있어서 몇년동안 아내에게 돌솥을 사오라고 하였지만 사오지 않았다. 

 

공부하던 아주 오래전 시절.
유럽의 학교 기숙사에서 기거할 적에
몬세라는 스페인 여학생이 있었다.
그녀는 바로셀로나 근처 “Tossa de Mar"에서 왔고,
전공이 원예학이었다.
나와 같은 1층에 방이 있었다.

기숙사에는 8층에 공동 식당이 있었고,
아침은 빵과 치즈로 방에서 해결하고,
점심은 학교 식당에서 사먹고 저녁은 기숙사 8층 식당에서 해먹었다.

작은 알루미늄 냄비에 일인분 밥을 하고
200g정도의 소고기를 구워 야채에 먹었다.
김을 구워 먹는데, 하루는 몬세가 나에게
“왜 Black paper를 먹느냐”는 것이었다.

"응?"  "black paper? 검은 종이?"
몬세에게는 우리가 즐겨먹는 김이 검은 종이로 보였나보다.

그녀는 무척 심심해하며 가끔 내 방에 와서 얘기하다 가기도 하였다.
혹은 내가 저녁을 먹고 있는 옆에 와서 한동안 동양인이 식사하는 습관을 관찰하기도 하였다.

 

냄비에 눌러붙은 밥을 숭늉으로 만들어 컵에 따라 먹고 있으면, 이 또한 그녀에겐 무척 신기하였나보다.

"Rice tea를 꼭 식사 마지막에 마시네!"

음. 그러고 보니 숭늉은 훌륭한 rice tea임에 틀림없다.

 

오늘부터는 가끔 돌솥에 밥을 하여 누룽지와 숭늉을 만들어 먹어야겠다.

 

- 비오는날 "이루마"의 피아노곡을 들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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