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이는 사람이 아닌 듯하다.
숫제 어질디어진 귀신인 듯하다.
그이가 그린 누구의 눈과 귀 팔다리나 허리는 저 세상에 있는 듯하다.
저 세상의 망령들 하나하나를 달래어 잠재우는 듯하다.
혹시 진혼의 미학 그런 것 아닌가?
아무래도 그이는 귀신이 아닌 듯하다.
하염없는 시간의 사람인 듯하다.
그이의 그림은 저 세상으로 뿔쑥 떠난 이 세상의 생령들
하나하나를 불러내 이 세상에 데려다 놓은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도 이다지 그림과 그림 이전의 백지가 함께 놀아나는 것인가.
.......
적멸.
아니 적멸의 삶.
삶의 적멸.
.......
어떤 죽음은 어떤 삶이다.
그러므로
적멸이 끝이 아닌 줄 누가 모르랴.
고 은 / "문명에 활을 겨누다" 중에서
견지동 동산방 화랑에서 열리는 수묵화가 김호석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2002년도에 개인전때 그의 그림을 구경하고 오랜만인가 보다.
수묵 인물화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그가 몽고 벌판으로 그림 여행을 다녀왔다.
유라시아 초원과 사막을 표현한 작품들은 인간과 자연,
삶과 죽음이 경계가 애매해지는 광활한 풍경을 배경으로
그의 그림에 삶에 대한 겸허한 관조를 담았다.
눈 쌓인 광야에서 먹이를 찾다가 머리부터 땅에 처박혀 죽은 소,
대지를 벗삼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몽골인,
양떼를 안고 미소짓고 있는 천진난만한 어린이들,
바람에 머리가 떨어져나가 몸통만 남은 소 아래 핀 패랭이가 경이롭다.
인물의 얼굴과 손발은 한지 뒤쪽에 자연 염료로 수십번 덧칠해
살구빛 피부색이 은은하게 배어나오도록 만든 배채(背彩) 기법을 사용한다.
"우리 역사의 뿌리를 찾아간 여행길에서
우리가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믿고 있는 문명이
생과 사의 경계에 서 있는 그곳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작가는 말한다.
(무장 투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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