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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山과 들길 따라서

2010년 새해 첫날을 대청봉에서

by 해오라비 이랑 2010. 1. 2.

 

2010년 새해 첫날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다 산악회를 따라 설악산 대청봉에서 보내기로 하였다.

 

2000년 새해 첫날에는 중학교 다니던 아들을 데리고 해발 400여m되는 아파트 뒷산에서 한밤 중을 보낸 적이 있었다.

가기 싫어하는 아들을 데리고 한밤중에 올라가는데 등산로에는 묘지도 있었고 인적이 없어 무섭기도 하였다.

1999년에서 2000년이 되는 순간에 산 정상에 사람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였는데 실제로는 아무도 없었다.

이곳 저곳에서 쏘아올리는 불꽃놀이를 구경하고 새해 새벽에 내려 온 적이 있었다.

 

2010년이 되는 순간에는 설악산행 관광버스에서 맞이 하였는데 사람들은 모두 잠을 자고 있었다.

오색에 내리니 새해 새벽 2시 30분이고 밤 기온이 무척 낮았다.

스패츠, 아이젠을 하고 올라가는데 공원 입구에서 설악산 공단 직원들이 따뜻한 둥글레차를 준비하여 등산객들에게 주어 고마웠다.

보름을 하루 지난 달이 구름 없는 겨울 하늘에 둥실 떠서 눈이 쌓인 산길을 비추어 주고 있었다.

새벽 3시가 넘어 오자 부분 월식이 시작되어 달 아래 부분부터 어두어지기 시작하였다.

1/4정도 없어진 월식 달을 벗삼아 대청봉으로 발길을 옮겼다.

잎을 떨군 나목들이 한 겨울 추위를 어찌 견디고 있는지...

정상에 가까워지자 바람은 더 매서워지고 발이 시러웠다.

동계용 등산화를은 신고서 처음 겪어 보는 산행이다.

찬바람이 불어 나무에서 바람 소리가 요란하여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올라가는데 몇 사람은 등산을 포기하고 하산하였다.

이대로 올라가면 대청봉에 해가 뜨기 전에 도착하기 때문에 천천히 걸어갔지만, 대청봉에는 6시경에 도착하였다.

일출 시간이 7시 40분경인데 1시간여를 그 춥고 바람부는 곳에서 기다릴 수 없었다.

대청봉에는 초고속으로 찬바람이 불어 서 있기도 어려웠다.

영하 20도에 체감온도는 -30도를 넘는 것 같고 장갑에서 손을 내면 곧 손이 얼어 사진기를 꺼낼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김이 서린 안경은 얼음이 얼어 별 수 없이 안경을 벗고 중청대피소로 내려왔다.

하산 중에는 돌풍이 불어 몸이 바람에 끌러 다니다 등산로길에 처놓은 밧줄에 걸려 위기를 모면하기도 하였다.

소백산 바람에 버금가는 무지무지한 찬바람이었다.

내려오는 길은 얼음과 돌이 많아 어렵게 내려왔는데 대피소는 사람이 많아 들어가기도 힘들었다.

계단에 앉아 가져온 미지근해진 녹차에 샌드위치를 먹었다.

샌드위치는 땡땡 얼어 있고 물기는 얼음이 되었다.

언 샌드위치를 먹어보기는 내 생전 처음이다.

버너로 물을 끊여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땅에 흘린 커피는 금새 얼어 버린다. 

8시 넘어 대피소를 나와 설악동으로 하산하였다.

정오 지나서 설악동에 도착하여 감자전에 막걸리로 점심을 먹었다.

귀가하는 차에서 보니 몇사람은 얼굴에 동상을 입어 붉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2020년 새해에도 어느 산에서 보내야할 터인데.

그때쯤에는 북한산이나 아니면 아차산에서 보낼런지 모르겠다.

 

  

 

 

구름 위로 새해 일출 (다른 산우가 디카로 담은 사진)

 

 

 

 

 

 

중청대피소

 

 

 

 

 

공룡능선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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